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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권변호단 박영립 단장>- 박영립후원회이사(법무법인 화우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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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2,441회 작성일 14-05-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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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낙태 한센인의 한, 아직 다 풀어주지 못했다”
 
한센인 국가배상 소송 승소 한센인권변호단 박영립 단장
“한센병이 완치되고 유전성이 없다는 것은 국가도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정관 수술과 낙태를 벌였죠. 국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판결은 준엄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강제 낙태·단종(정관 일부를 절제해 생식 능력을 없앰)을 당한 한센인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국내 최초로 내려졌다. 앞서 이 땅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정관수술을 벌인 바 있다. 병이 유전되거나 전염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 ‘치유가 가능하며 유전되지 않는다’고 밝혀졌지만 악습은 고쳐지지 않았다. 한센인들은 삶의 기쁨을 거세당한 채 수십년을 살아야 했다.

한센인들이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 법원의 문을 두드린 건 2011년. 권리를 깨우쳐준 이들은 국내
변호사들의 자발적 모임인 ‘한센인권변호단’(단장 박영립)이다. 변호단은 2004년 일본의 변호사들이 자국 정부가 과거 한센인 인권을 침해한 것에 아시아 각국의 공동 대응을 제안하며 만들어졌다.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인 박영립 단장(61·사진)은 “일본 변호단의 제의를 받았을 땐 왠지 부끄러웠다. 우리도 나름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했다고 자부했는데, 가장 약자인 한센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소회했다.
 
변호단은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한센인 정착촌 등을 방문하며 과거 정부가 벌인 행적을 더듬었다. 해방 뒤 소록도병원에서는 남편이 정관수술을 받아야만 부부에게 집을 배정하고 동거를 허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거 중 임신이 되면 병원에서 호출이 왔다. 호출을 받은 임신부는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강제로 낙태 수술을 당해야 했다. 어렵게 아이를 출산해도 슬픔은 이어졌다. 다 자란 아이들은 부모가 한센병자란 이야기를 듣고는 집을 나갔고, 결혼하는 자녀는 신부의 가족 앞에 고아 행세를 하기도 했다.

박 단장은 “어떤 한센인은 자녀의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들어가 먼발치에서 지켜봤다고 한다. 변호단은 한센인들의 수많은 사연을 들으며 같이 울고, 소송 준비를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센인 19명은 승소로 3000만~4000만원의 배상을 받게 됐다. 그는 “소송을 하다 돌아가신 분은 유족에게 돈을 줘야 하는데, 한센인이란 이유로 호적에서 빠진 분이 많아 가족들을 찾기 힘들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단장은 “이번 판결은 배상액보다도 한센인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이자 권리의 주체로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한센인들은 그간 권리는커녕 자신들을 죄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당신들은 죄 지은 것이 없다’는 재판부의 한마디에 그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라고 말했다.
“사회적 소수자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도 흔히 말하는 ‘국격’의 척도입니다. 이번 판결이 국가의 잘못된 관행과 과거사를 고쳐나갈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