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변호사회 신임회장 - 유영일회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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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영일 세계한인변호사회 신임회장
"재외국민 보호 위한 법률지원체계 마련하겠다"
"법률시장 개방에 맞서 우리도 해외시장 개척해야"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세계한인변호사회는 전세계 회원들이 '한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기초로 모인 조직입니다. 이런 응집력을 토대로 시장 개방 시대에 회원 간 선의의 경쟁 속에 윈-윈(Win-Win)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앞으로 2년간 세계한인변호사회(IAKL)를 이끌어갈 유영일(55) 신임 회장(법무법인 율촌)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쟁환경 변화에 따른 능동적 대처를 강조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옴니호텔에서 열리는 제20차 세계한인변호사회 연차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IAKL 이사회에서 단일 후보로 추대됐다.
유 회장은 "법률시장 개방과 로스쿨 제도 도입에 따른 국내외 예비 법조인 급증 등 경쟁환경의 변화를 양적·질적 발전의 계기로 삼아 IAKL이 새롭고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10여 개의 해외 로펌이 법무부에 등록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업무를 개시했습니다. 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는 것에 맞춰 우리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지요. 국내 법조인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현지 실정에 밝고 국제감각을 갖춘 한인 변호사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상에 따른 첫 사업으로 IAKL은 연차총회 기간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 해외 로스쿨의 국내외 예비 법조인을 초청해 멘토링 세션을 마련한다. 유 회장(지적재산권)과 조문현 전임 회장(회사법)을 비롯해 유니스 김 이화여대 교수(금융법), 최정환 사무총장(엔터테인먼트법), 이세인 부산대 교수(국제거래법) 등 10여 명이 멘토로 나선다.
유 회장은 임기 내 공익사업 기능을 확충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IAKL은 2010년 외교통상부의 추천과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거쳐 기업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공익단체로 지정됐습니다. 공익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만큼 이주 노동자, 해외 입양인, 다문화 가정에 대한 법률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에 더욱 힘쓸 방침입니다. 조 전 회장이 입양인을 위한 법률 지침서를 만들어 내달 초부터 인터넷에 연재하는 한편 연말에 책으로 펴내려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지요."
IAKL은 지난해 2월부터 한인 변호사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본격화하고 회원들도 적극 호응해 회원 수가 국내 500명을 포함, 1천500명에 이른다. 총회 참석자 수도 2010년 250명에서 지난해 서울총회에는 30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4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 회장은 양적 확대에만 매달리지는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구촌 곳곳의 한인 변호사들을 거미줄처럼 엮기 위해 적극적으로 회원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전화번호부' 만들듯이 단기간의 외형적인 성장에 집착하지는 않을 겁니다. 혈연이나 애국심을 내세워 '반강제적'으로 가입을 권유하기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점진적으로 규모를 키워나가며 내실을 기하는 게 IAKL의 역량과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도 회원 거주국의 고유한 법적 규제나 문화적 특성 때문에 공개를 꺼리는 개인정보는 신중히 다루려고 합니다."
1988년 사단법인으로 창설된 IAKL은 2009년 9월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이민, 사건·사고 처리, 소송 등에 필요한 국내외 법률정보를 제공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독일의 회원 16명이 네이버 '지식iN' 코너에서 미국 이민법, 국내외 법률, 의료정보 등 매주 20∼30개의 질문에 답변해주고 있다.
해외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IAKL로 연락하면 현지의 적절한 회원을 물색해 소개해주기도 한다. LA 총회 기간에도 현지 동포나 일시 체류자 등을 위해 무료 법률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IAKL은 2010년 12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MOU를 교환한 이래 모국과 재외동포사회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공동 노력을 펼치는 한편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발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협력해왔다.
유 회장은 온두라스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구금된 한국 여성 한지수(29)씨가 2009년 무죄 판결을 받아 석방되는 과정에서 국제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톡톡히 발휘했다. IAKL 공익위원회 공동위원장이던 그는 그해 10월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을 받아 정부 전문가팀 일원으로 현지에 파견돼 법률서비스를 지원했다.
그는 한씨가 2008년 이집트에서 체포된 뒤 네덜란드를 거쳐 온두라스로 강제송환되던 초기 단계에서 범죄인 인도 요건에 관한 충분한 사법적 심사가 진행됐다면 풀려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안타까우면서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한씨의 사연은 유 회장이 IAKL 활동에 더욱 관심을 품는 계기가 됐고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사법심사와 이에 관여된 법률가의 역할이 인권 보호에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했습니다. 전세계 한인 변호사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도 깨달았지요. 제 경험을 살려 IAKL이 재외국민 보호를 강화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도 힘쓸 생각입니다."
전북 전주 출신인 유 회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1980년 외무고시(14회)를 패스한 데 이어 모교 법과대학원 재학 중이던 1982년 사법시험(24회)에 합격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대학원(LL.M.)을 거쳐 1995년 모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0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법과대학원에서 지적재산권과 국제소송 중재를 연구하는 등 학구파로 소문나 있다.
서울 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9년간 입어온 법복을 벗고 2005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특허 등 지적재산권과 국제중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대한중재인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2007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법아카데미 교수로 초청돼 민·상사 국제사법 공조 분야를 강의하기도 했다. 그는 내년께 강의 내용을 정리해 유럽에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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