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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보 예르비의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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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조회 3,294회 작성일 11-12-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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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버리고 칭찬의 하모니`
무명 신시내티를 美 5대 악단으로…파리 등 4개 악단 예술감독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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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音)이 소멸된 후 파리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일제히 발을 굴렀다. 그들의 지휘자 파보 예르비(49)에게 보내는 찬사와 환호였다. 공연이 끝난 후 단원들이 온몸으로 지휘자를 극찬하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었다.

지난해 9월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단원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열정적이고 환상적인 선율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예르비는 지휘봉으로 콘서트홀에 황홀한 음악 그림을 그렸다. 2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연주할 때는 실연한 남자의 끔찍한 환영이 무대를 떠다녔다. 작곡가는 꿈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죽이고 단두대로 끌려가는 장면을 선율로 표현했다. 베를리오즈가 짝사랑하던 영국 여배우 해리어트 스미드슨이 하나의 선율(고정 악상)이 되어 유령처럼 곡 전체를 배회했다. 파리 오케스트라는 특유의 화사하고 투명한 선율로 몽환 속의 여인과 실연의 상처를 그려냈다.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과 5악장 `마녀 축일의 꿈`에서도 밝은 선율은 유지됐다. 원래 거칠고 악마적인 선율로 살인과 죽음을 표현해야 하지만 예르비는 화사하고 뜨거운 하모니를 유지했다. 그래서 더 섬뜩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냉소적인 미소를 지닌 예르비는 날카로우면서도 편안한 지휘봉으로 역설과 반어의 미학을 음악에 담았다. 단원들의 에너지를 모으고 강약을 조절하는 힘이 탁월한 그는 절정의 정석도 보여줬다. 숨 막힐 정도로 긴박하고 치밀하게 클라이맥스로 끌어올려 `이 시대 최고 지휘자`임을 증명했다.

3일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와 협연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오묘한 지중해 바다를 불러들였다. 태양에 부서지는 파도와 따뜻한 모래사장이 콘서트홀에 깔리는 것 같았다. 산란하는 빛을 받은 물고기들은 자유롭게 바닷속을 유영했다. 백건우의 영롱한 선율이 지중해 풍경을 더 반짝거리게 만들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음악은 더 깊고 맑아졌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페트루슈카`를 지휘할 때 예르비는 춤을 췄다. 마치 발레 무대 앞에서 지휘하는 것 같았다. 호른과 바순 주자도 어깨를 흔들었다. 파리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파리지앵답게 세련된 하모니로 음악 성찬을 차렸다.

단원들을 춤추게 만든 것은 예르비의 탁월한 지휘 능력이다. 지휘자 아버지 니메를 지켜보고 자란 그는 무대 위와 아래를 구분할 줄 안다. 연주할 때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단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칭찬으로 소통한다. 공연이 끝나면 지휘자실 문을 열어두고 어떤 질문이든 받아들인다.

유머 있고 명석한 그가 손을 대면 오케스트라가 환골탈태한다. 2001년 별 이름없던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아 미국 5대 교향악단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지휘봉 맛을 본 오케스트라들은 그를 수장으로 영입하려 애쓴다. 덕분에 그는 무려 4개 교향악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현재 파리 오케스트라와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에스토니아 국립교향악단,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MK뉴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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